September 11,2004
9.11 이 내 생일이다.
이 날은 미국선 슬픈날이 된지가 오늘로서 벌써 3년이 된다.
작년 내 생일은 로마에서 뉴욕으로 날아 오는 비행기 안에서 맞이 했다.미국서 처음맞는 생일을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뒤늦게 깨친(도착 2시간전에) 기내 카드놀이오락에 빠져서 정신없이 컨트롤러 쪼물딱 거리고 있는데, 뉴저지 뉴왁공항에 비행기 바퀴가 닿는 순간 기내 승객들이 (카드놀이에 푹 빠진 우리둘만 빼고-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짝!짝!짝!짝! 박수를 치며 다들 환호성 부르는게 아닌가… 뭐..혹시 내생일을 미리 남편이 화장실 가는척하며 살짝 승무원한테 알려줘 깜짝 이벤트 같은 걸 고맙게도 만든건 아닌가하는 허황된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순간 혼자 심하게 착각하며 김칫국까지 마시던 나는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뒤늦게 덩달아 박수치며…
그날이 WTC참사 2주년이라 승객들이 테러같은거 없이 무사히 미국땅에 도착한데 대한 기쁨의 환호였다. 비행하는 내내…그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떨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찌나들 좋아하는지…그 날 난 미국민들의 테러에 대한 공포를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어쨌거나 내생일은 이제부터 매년 경건하게 보내야 될모양이다. 흑…
미국은 지금 오렌지 경계경보중...
지하철 역에서 거리공연도 제약을 받는 요즘 뉴욕...
사진 찍는데 총 들고 있는 아저씨 나한테 겨누는줄 알고 십년감수...
저녁에 레스토랑에서 무드잡으며 케익에 촛불끄고 와인잔 왔다갔다 하며 보낸다는건 애초에 접어야 하지싶어 내 생일인 오늘은 브런치(아점)로 외식을 하자고 남편하고 약속을 했다.
그러면서 아침일찍 회사사람들하고 테니스 잠깐 치고 일찍 집에 오겠다고 어제 저녁에 얘기를 하길래 야튼 빨리 들어오라고 말했건만…
아침에 눈을 뜨니 9시쯤…
남편이 안보인다. 일찍 나갔으니 이제 조금 있음 들어 오겠지하고 간만에 뷔페(일식뷔페 ?MINADO가기로 했음)가서 실컷 먹을 생각에 고픈 배를 움켜쥐고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10시가 지나 전화가 왔다.1시간 안에 가겠노라고… 11시가 넘고 12시가 지나도 올 생각을 않는다. 드뎌 오후1시쯤에 미안하다며 눈치보며 뺄꼬미 들어온 그는 빨리 챙기고 나가자며 우주를 카싯에 넣어 들고 나가버린다. 씩씩 거리며 잔소리 할틈도 없이 주섬주섬 우주식량 챙겨서 뒤따라 나가는 나는 오늘 날이 날이니만큼 ‘내가 참는다’ 하고 차에 올랐다.
어찌나 공하고 노는걸 좋아하는지…오늘 같은 날에는 좀 참을수도 있으련만…
브런치으로 해결할려던 식사는 런치가 되어버렸고…
미나도 도착.
각각 음식 챙겨 담아와서 먹는데 “생일축하한다!” 툭 내 밷고는 와그작 와그작 먹는다.
지금까지도 그 장면이 꼭 나이롱 신자가 잿밥에 더 관심있어 성의없이 “아멘!” 하고 밥먹는거 같이 느껴지는지 원…재미는 지지리도 없어가지고서는…엥!
케익도 촛불없는…(경건!)후식으로 준비된 쬐끄만 케익들로 대신했지만,무척 맛있었다는…
오늘도 역시나 우주양은 어김없이 엄마를 위해 잠으로 축하를 대신 하고…기특…ㅎㅎㅎ
하여튼 맛있게 점심먹고 ‘베이비즈 알어즈’ 가서 우주 기저귀랑 일용할 양식과 우유병(대자로…)등을 사가지고 집으로 왔다.경건하게…
경상도남 울남편 무뚝뚝의 절정…
내 선물은 뭐 없냐고 하니 갖고 싶은거 얘기하란다. 클래식기타 하나 갖고 싶다하니…
“주문해라!” 이 한마디….확~꺤다.
악기가게가서 이것저것 살피며 고르고 하는걸 상상했던 나…흐흑…
그럼 그렇지…
난 차창가로 스쳐가는 기타모양의 네온사인 간판에서 끝까지 눈을 때지 못하고…
그러면서 집으로…
아주 경건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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