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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7. 27. 06:26 Life Of NewYork

August 14, 2003

매쉬드 포테이토를 하기위해 감자 담은 냄비를 가스렌지위에 올려놓고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전구가 쓰르르 맛이 가기 시작한 시간이 오후 4시쯤.난 전구가 나갔구나 싶어 불꺼진 전구를 만지작 거리니 잘 안 빠지길래 걍 놔두고 거실로 나오니 선풍기도 멈췄고 컴퓨터도 꺼져있다.정전이구나어머머여기도 정전이 있네그러면서 좀있으면 오겠지하고 있는데 좀있으니 전화가 왔다. 남편이다. 남편은 지금 맨하탄에 전기가 나가서 일을 못한다고 그런다.

여기도 나갔다고 그러니 뉴욕 전체가 그렇단다.

그리고 역시 원인을 모르는 남편은 예전에도 이렇게 전기가 나가서 3일 동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나보구선 비상식량(라면)을 사 놓으라고 한다. 그 순간 이건 분명 테러다라고 생각되어졌다. 남편은 지금 집으로 오겠다고 하구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선 난 몇몇 주위 사람들 한테 전화를 해서 테러를 이 무더운날 무신 이런식으로 하냐고 다짜고짜 투덜거렸더니만이미 뉴스를 들은 그들은 헉아니란다. 일단 안심이다.

그리고 주방으로 가서 다 삶겨진 감자를 확인하고 불을 끄고, 전기없는 전자레인지에 버터를 녹일 수 없다는 생각을 버터담은 그릇을 들고 렌지문까지 열고 난뒤 지각이 되는 이 평심의 행동이 갑작스러운 전기공급 중단으로 하나하나 제약 받기 시작했다. 다시 버터를 녹일려고 가스불을 켜니 역시 이것 또한 전기가 필요한 기계였다. 점화에 필요했다. 성냥을 찾아야만 된다.그러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을 둔 죄로 그 놈의 성냥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아까 감자삶던불 그대로 계속 켜둘걸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지만 전기 들어올때까지 켜둬야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미련 곰탱이 같은 생각이어서 접었다.

그리고 성냥을 사러 가까운 델리로 갔다. 다들 양손에 양초를 가득 들고 나온다. 맞다. 초도 필요했다. 여기는 형광등을 안쓰고 침침한 백열등으로 집안을 밝히는지라 애초에 무드에 필요한 초라면 그거 사용 안해도 충분히 무드 잡힐만한 조도들이라 별로 사용할 욕구가 생기지 않아서 이제까지 없었다가 마침 얼마전에 한국으로 간 남편 친구부부가 집정리하면서 주고 간 양초가 몇 개 있어서 그건 걱정 안했다. 깜깜해서 저 안까지 들어가질 못하는 사람들이 가게 입구에 서있다. 난 누가 주인인지 몰라주인 비슷한 사람한테 성냥 있냐고 물으니,

바로 옆에 있던 흑인아저씨가 자기 남방 주머니에서 쓰다만 조그만 우리나라에서는 종이로 된 일회용 성냥으로 통용되는 그걸 준다.(근데..성냥은 다 일회용이지..아마..) 아저씬 내가 담뱃불이 필요해서 묻는게 아닌가 하고 준거 같았다.

난 그래도 왠만한 사이즈의 성냥 1통을 사러 왔는데만약을 대비해서 일단 땡큐하고 받아들었다.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백인 주인 아줌마가 평소와 달리 갑작스럽게 많이 찾아드는 손님들 땜에 상기 되어 있다. 난 성냥을 달라고 했더니에게게아까 그 아저씨가 준 그 일회용 성냥을 주는게 아닌가 큰사이즈 달라고 하니 달랑 그거란다. 이걸 어느 초에다가 붙이겠나 싶어 하나 더 달래서 나오는길에 아까 그 흑인 아저씨한테 받은 성냥 도로 돌려주고

집으로 왔다.

신호등에도 불이 안 들어와 교통이 마비가 되서 맨하탄에서 브루클린 다리까지 걸어와서 겨우 버스를 탔지만 꼼짝도 안 하고 있다고, 집까지는 올 수 없으니 일단 브루클린에 있는 친구 집에 가 있겠다는 남편의 전화가 온 시각이 7시였다.

조금 있으니 어둑어둑해져서 초들을 끄집에 내서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보아하니 동네사람

들은 모두 밖에 나가 있는 것 같았다.나도 깜깜한 집에 혼자 있으려니 무서워 사람들 있는

곳에 가고 싶었지만, 말이 통해야 밖에 나가 사람들 하고라도 있지정말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이럴땐 가만히 앉아 있는것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이제 인간이 하는 일들은 에너지

가 없으면 안되는 일들이었다. 한참을 뭐하며 이 밤을 지새나 고민하다가 남편을 데리고 와

야 되겠다는 정전보다 더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게 됐다.

때마침 9시쯤 남편의 전화가 왔다. 친구 집에 무사히 도착을 했단다. 내가 데리러 가겠다고 하니까 깜깜천지 길도 모르면서 게다가 우범지역 브루클린까지 오겠다고 그러냐고 미쳤냐고 그러면서 가만히 있으랜다. 조금전에 남편후배이며 내 후배이기도한 현식이가 형수님 간다면 따라 나서 주겠노라고 했다고 하니, 그제서야 그러면 그 친구가 길을 잘 아니 같이 오라고 했다.불행중 다행히 그 집주소며 전화번호 받아적고나서야 전화가 불통이 되어버렸다.

일단 지도를 챙기고 후레쉬 따린 청소기 빼들고 공중전화 걸 대비해서 쿼러(25센트동전)

바지 주머니에다 잔뜩 넣고 해서 집을 나섰다.

1층 현관 문을 열자 문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문열고 후레쉬를 비추니 으악! 커다랗고 하얀 눈동자 두개가 댕그라니 나를 쳐다보지 않는가! 그리곤 HOW ARE YOU DOING?

그런다.자세히 보니 이용식 닮은 우리 옆집 흑인 아저씨였다. 옆집 아저씬 보통의 흑인들 보다 눈이 정말 많이 크다. 그래서 겁이 많아 보이기도 하지만, 어른한테 할 소린 아니지만 어떨땐 살찐 시츄 강아지처럼 귀엽기까지 하다.

오늘 유독 그 큰 눈이 나를 놀라게 했다. 깜짝 놀라 대충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며 차로 걸어가는데 어김없이 이런날은 지 세상인줄알고 몰려다닌는 10대 불량 청소년들이 있다.

차에 올라타려는데 어렴풋이 보이는 모습이 동양녀 같으니까 건들렁 거리며 HEY! BABY!

그런다. 어디 아줌마 한테 요것들이 싶어 쥐어박고 싶었지만 내가 아무 댓꾸 없자 그냥 지나간다. 후레쉬로 내 얼굴 한번 비춰 줄걸 그랬나싶다. 그러면 도망 갔을텐데그래도 무서워 죽는줄 알았다.남편말 듣고 나오지 말걸 그랬나 싶었지만, 이런걸로 두려워 포기할 내가 아니지

전화가 안 되는 후배 집앞으로 우선 가 보기로 하고 차를 모는데 이런 연료가 달랑달랑 한다. 아직 불은 들어 오지 않았지만, 10년 운전 경력으로 볼 때 최대한 빨리 갔다오면 가능할 것 같은 거리라 제발 길만 안 막히고 길에서 연료 낭비만 안할수 있게 되길 기도 할 뿐이었다. 후배집 벨을 누르니 아~~~!!역시 이것도 전기.

연락 할 길이 만무하게 되자. 쪽팔림을 감수하고 고래고래 현식이의 이름을 부를 수 밖에 없었다. 그 집딸래미 엠마이름까지 불러 봤지만역부족 이었다.내 목만 아프고 시간만 낭비 하는 것 같아 혼자 찾아 가 보기로 했다.

일단 고속도로로 올렸다.다행히 이정표들은 헤드라이트 덕분에 잘 보여 주행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근데 중간쯤 달리다 보니 곳곳의 접촉사고 차량들 때문에 정체가 심했다.

연료도 없는데 싶어 조마조마 하고 이었다. 이윽고 나갈 EXIT을 찾아서 갈려고 하니 통제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할 수 없이 다음 EXIT으로 나가니 5일 전에 온 그 브루클린 다리밑 까지 오게 된 게 아닌가. 그 날의 야경은 온데간데 없고 암흑의 맨하탄이다.

그때까지도 맨하탄에서 빠져 오는 차량들이 만만치 않다. 얽히고 섞이고 꼼짝도 안한다.

연료 게이지를 보니 바늘이 바닥에 딱 들어누워 있다.표시등도 한번씩 들어왔다 갔다 한다.

여기서 이러다가는 그 집도 못찾고 한밤중 브루클린에서 떨고 있어야 될것만 같아서 다시 집으로 갈까도 생각 되었다.근데 그것도 힘들다.도대체가 차량들이 빠지지 않는것이다.그래서 내 딴에는 지름길로 빠져 볼까하다가 그만 브루클린 다리밑에 갇혀버렸다.

다시 빠져 나갈려니 가로 지르는 차량들의 정체로 엄두가 안났다. 그래서 잠시 지도도 살필겸해서 차를 세웠다.더운데도 불구하고 연료땜에 엔진을 끌 수 밖에 없었다.에어컨은 꿈도 못꾸고 지나가는 흑인들이 무서워 창문 내릴 엄두도 못냈다.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니 바로 옆에 경찰차가 있길래 안심이 돼어 그제서야 다리밑 공기를 좀 마실수가 있었다.다리위와 연결 되어있는 계단에선 그때까지도 맨하탄에서 걸어온 사람들이 줄줄이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남편도 저기로 내려왔겠지 생각되어지자 내가 여기 올줄 알았으면 여기서 만나자고 할걸 하는 생각을 했다.

벌써 11시 반이다. 집에서 나온지 2시간 반이나 지났다.

경찰차 덕분에 든든했지만 마냥 여기서 시간을 죽일 수는 없었다. 앞에 차량들은 여전하고 오늘 같은날은 다들 급한지 양보도 잘 안해준다.난 빠져나갈 기회만 엿보구 있는데 갑자기 경찰차가 시동을 켜는것이다. 나는 이때다 싶어 같이 시동을 켰다.그리고 뒤따라서 유유히 빠져 나온 것이다. 경찰차가 구세주였다. 이제 지도따라 가면 되었다.

근데내가 갈려고 하는 곳마다 곳곳에 통제를 하는 바람에 브루클린 어디쯤을 계속 헤메이게 되었다.일단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지도를 좀 볼려고 하면 옆으로 시꺼먼 흑인들이 지나가니 도무지 무서워 차안에 불도 켤수가 없다. 그래서 난 바닥에 지도 펴 놓고 후레쉬 비춰서 볼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렇게 헤매다가 차를 불꺼진 주유소 앞에 세워 놓고 어디 파출소 앞 같은 곳에 불이 환하길래 그 앞 공중전화로 가서 전화를 하니 남편이 혼자 왔다고걱정을 얼마나 했는지 아냐고 그러면서 뭐라 그런다.내가 왜 혼자왔는지 영문도 모르면서

치이근데, 내가 위치하고 있는데는 그 친구집이 위치한 길선상의 반대편 남쪽선상에 있었다. 전화를 끊고 다시 북쪽으로 5분정도 올라가니 남편과 친구들이 길가에 나와 있는 것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이제 한 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와 있다.근데 우리 동네는 라디오 들고 나와 뉴스 듣고 있는데, 이 동네 흑인들은 음악을 틀고 맥주를 마시고 있다. 참 태평이다.

흑인들이 그렇다고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정말 피부로 느끼겠다.

그 옆에선 한국 유학생들도 질새라 자리깔고 맥주병 하나씩 들고 있다. 다들 우리 남편이 다니던 학교 학생들이라 인사를 하길래 나도 얼떨결에 인사하니 오늘 같은 날 어떻게 여기 까지 차를 몰고 올 생각을 다 했냐고 씩씩하고 용감 무쌍한 와이프를 뒀다고 칭찬하는건지 놀린는건지 깜깜해서 얼굴 표정들을 읽지 못하는가운데영화음악 바그다드 카페가 흘러나온다.아이 음악은 맥주가 땡기는 음악이 아닐 수 없다라고 판단한 나는 우리도 자리펴자고 제안을 하자 다들 OK다.가서 맥주 사오고 차에가서 자리 꺼내 오라고 하니 우리 남편 자기 데리러 온 사람이 한 술 더 떠서 그러니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역시나 깜깜해서 표정을 살필수는 없었으나 아마도 어처구니 없는 표정이었을 거다.

그래도 오늘 같은 날 아니면 다들 언제 이 위험한 브루클린 거리에 나와서 맥주 마셔 보겠냐고 전기 걱정은 안하고 이 밤을 즐기는 분위기다.우린 각자 몇시간전 전기땜에 겪은 각종 에피소드와 미국의 허술한 전기시스템을 씹으며 유학 처음와서 처음 겪은 얘기들로 안주삼으며 촛불앞에 모여서 담소를 나눴다.조금 있으니 여기도 어김없이 경찰차를 세우고 경찰들이 내려서 우리를 한 번 훑고 지나갈 참인 모양이다. 우린 급히 키친 타올로 한장씩 맥주병을 싸고서는 옆자리 유학생들 한테도 던져 주었다. 깜깜해서 뭐 보이기나 하겠나 해서 그냥 마시고 있었는데,또 경찰들이 가까이 오니 싸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거리에서 맥주를 보이게 마시면 안되기 때문이다. 사실 길거리에 이렇게 나와서 술도 마시면 안 되는건데 오늘은 특별히 봐주는 모양이다. 그렇게 우린 8.14 Blackout사태를 한 여름밤의 추억으로 만들고는 집으로 돌아 왔다. 연료는 다행히 집까지 버텨 주었다. 오는 길은 통제도 없어서 빨리 왔다.

집에 오니 새벽 3시다. 운전해야하는 남편 덕분에 마음 놓고 맥주 두병을 마신 나는 혀 풀린 소리로 오빠~~~ 나 오빠 찾으러 잘 가찌~~~잉? 이렇게 용감한 와이프 있으면 나와 보라구 해! 하며 떠들어 대니까 조용하라며 사람들 다 깨겠다며 입틀어막고 계단으로 밀고 올라가며 두 번 씩씩 했다가는 자기가 제명에 못 죽겠단다. ㅎㅎㅎ

일단 내일은 전기가 들어 와야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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